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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직접 쓴 에세이



작가적 생각의 동체를 만들어가는 방법 (寄稿)


많은 사람들이 오리지널을 개발하는 생각의 원천기술을 찾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접근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접근하는 방식을 조금 어렵지만 얘기해보고 싶다.


글은 그 글을 쓰는 사람의 의식 수준과 직결이 되어 있어서 그 사람의 사물을 보는 본질이나 통찰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통찰은 깨닫는 것이지 배울 수 있는 게 아니고,

깨닫는다는 건 주로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감정에서 진위가 대부분 판명 나기 때문에,

자기 자신조차도 그 진심을 찾아가는 여정이 너무나 아프고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생각은 경험으로 확인사살 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면, 내가 상대가 정말 필요했는지는 헤어져보면 알 수 있다.

없으면 안될 것 같았는데 헤어지고 나니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갑자기 황당해질 수도 있다.

이 사람이 없으면 안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객관적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때서야 사람은 자신의 예상을 빗나간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기회를 갖게 된다.

바로 잡는 방법은 모든 망상이 걷히고 난 이후에 객관적 진실의 관점에서 과거의 일을 전부 세세하게 복기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된 해석을 해서 뒤틀린 기억을 바로잡고, 그 기억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잘못된 믿음을 깨는 것,

그리고 이렇게 자기감정의 끝까지 도달해서 잘못된 믿음을 반복해서 깨본 사람은,

머릿속에 하나의 큰 작가적 동체를 갖게 되는 것 같다.

바로 자기 의심이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자기 신뢰의 뿌리다.

그리고 그런 유연한 각성들이 모여 사물을 보는 하나의 커다란 인식체계로 자리 잡으면 작가는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세계관은 작품에서는 관점과 주제, 톤, 정서에 영향을 미치는 오리지널의 기반을 만든다.

여기에 인물에 접근하는 방법은 객관적 진실을 가지고 어떤 사건을 재해석 할 때,

자신이 사망선고를 내린 감정적 실패에 대한 심리적 경로를 함께 구체적으로 복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자신의 삶을 먼저 놓고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경로를 여러 번 아주 자세하게 세워본 사람들은,

작품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설정에 대한 인물의 감정값을 자유자재로 계산해서 끝까지 완주시킬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의 인생을 최대한 객관적 진실의 관점에서 전부 펼쳐서,

실패한 감정값까지 주석을 달아 치밀하게 복기해본 사람은 이것이 타인의 인생으로 옮겨간다 하더라도 계산이 가능해진다.

자연스럽게 부품들의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응용력이 생기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인생에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듯이,

작가 자신이 꽂혀 있는 어떤 한 지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오직 그것만을 풀기 위한 가상의 판을 짤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작가에겐 오리지널이 된다.


특히 작가가 어떤 소재를 목격했을 때 흥분이 일어나면서 머릿속에서 관점과 주제, 톤, 정서, 인물과 그들의 말들이

한 번에 일어설 때가 있다.

그럼 그 작품은 그 작가의 오리지널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 작품을 만났을 때, 작가로서 나는 적어도 이 4가지를 잡으려고 노력한다.

바로 화두, 쟁점, 딜레마, 결론이다.


그리고 이 4가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전략을 짠다.

이것이 나에게는 오리지널에 접근하는 개인적인 방식이다.



- 2019년 5월 기고 (寄稿)  / 수정, 2021년 8월  -